
벌새 (2018, 감독 김보라)은 소리 없이 속삭이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그 울림은 깊고도 길게 남습니다. 1994년 서울을 배경으로 14살 소녀 은희의 삶을 따라가며, 영화는 청소년기의 고통과 혼란, 작은 깨달음들을 조용히 담아냅니다. 거대한 사건이나 반전을 강조하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사소한’ 순간들을 통해 진짜 성장의 과정을 보여줍니다.작지만 깊은 이야기벌새의 가장 큰 힘은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시선입니다. 영화는 극적인 전개보다 일상의 리듬을 따라갑니다. 가족 간의 갈등, 친구와의 거리감, 건강에 대한 불안, 첫사랑의 설렘과 아픔. 이 작은 사건들이 모여 은희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조용히’ 성장하듯이 말이죠.은희, 감정을 담은 눈빛의 주인공박지후 배우는 은희를..

한공주 (2013, 이수진 감독)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충격을 겪은 10대 소녀가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버텨 나가는지를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자극적 연출 대신, 섬세하고 절제된 시선으로 피해자의 고립과 복잡한 감정을 따라갑니다. 회복이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한공주는 우리 사회가 가장 취약한 존재를 어떻게 외면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조명합니다.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그리다한공주는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직접 묘사하는 대신, 그녀가 살아가려는 모습을 먼저 보여줍니다. 이 선택은 매우 중요합니다. 영화는 그녀의 고통을 소비하거나 전시하지 않습니다. 공주는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입니다. 다시 삶을 이어가려는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