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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2020)은 윤성현 감독이 연출한 디스토피아 스릴러로, 독특한 시각적 정체성, 분위기 있는 세계관, 그리고 존재론적 긴장감을 통해 기존 장르 문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붕괴된 한국을 배경으로, 전통적인 하이스트 장르를 생존의 게임으로 재해석하며 느리고 음울한 서사 안에서 미학적인 긴장감을 구현해 냅니다.
이 글에서는 사냥의 시간이 디스토피아 설정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감정적, 스타일적 중심축으로 삼아 어떻게 스릴러 장르를 확장했는지 분석합니다.
현실과 맞닿은 암울한 미래
사냥의 시간은 경제 붕괴 이후 빈곤, 암시장, 도시 붕괴로 황폐화된 한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는 이 세계의 디테일을 과도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폐허가 된 거리와 스모그 낀 도시, 무너진 법질서가 그 자체로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비전은 오늘날의 불평등, 환경 위기, 시스템 붕괴에 대한 불안을 반영하며, 허구이지만 현실과 불쾌할 만큼 닮아 있습니다.
시각 중심의 서사 전략
어두운 색감과 그림자 가득한 화면 구성은 이 영화의 압도적인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임원근 촬영감독은 비어 있는 공간, 무채색의 거리, 고립된 건축물 등을 강조하여 끊임없는 감시와 탈출 불가능성을 암시합니다. 느린 전개와 롱테이크는 몰입도를 높이며, 이야기를 ‘보는 경험’으로 승화시킵니다. 이 영화는 이야기만큼이나 ‘시각적 체험’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시스템에 갇힌 인물들
영화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범죄를 계획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이들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 마지막 도박으로 강도 사건을 벌이지만, 이후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에게 끊임없이 쫓기게 됩니다. 처음엔 단순 범죄극처럼 보이지만, 곧 생존 스릴러로, 나아가 탈출 불가능한 절망의 은유로 확장됩니다. 이 청년들은 단순히 위협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아무 미래도 없는 시스템 자체에서 도망치고 있는 것입니다.
압도적인 불안의 상징, 추격자 ‘한’
박해수가 연기한 킬러 ‘한’은 감정이 없고, 말도 거의 하지 않으며, 기계처럼 집요하게 주인공들을 추적합니다. 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파국’의 상징입니다. 마치 죽음이나 사회 붕괴처럼, 그는 협상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 캐릭터는 영화 전체에 존재론적인 공포를 부여합니다.
긴장을 쌓는 소리와 침묵
사냥의 시간에서 사운드 디자인은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소입니다. 긴 침묵 속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총소리, 쇠 긁는 소리, 숨소리 등은 관객을 놀라게 하고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미니멀한 배경 음악과 함께, 이 영화의 음향은 시각적 암울함을 그대로 반영하며 심리적 압박을 강화합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사냥의 시간은 단순한 디스토피아 스릴러가 아니라, 절망, 도피, 그리고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묵직한 성찰입니다. 정교한 미장센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을 통해, 장르 영화가 전달할 수 있는 감정적·주제적 깊이를 확장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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