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황동혁 감독의 영화 도가니는 단순한 작품을 넘어선 사회적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실제 광주의 한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개봉 직후 전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도가니법’이라는 이름의 법 개정까지 이끌어냈습니다.외면하지 않는 이야기의 힘영화는 시작부터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듭니다. 주인공 강인호(공유 분)는 새로운 근무지인 청각장애 학교에 부임하면서, 곧 그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학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도가니는 이를 미스터리나 스릴러처럼 흥미 위주로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객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똑바로 응시하도록 강요합니다.피해 아동들의 침묵은..

임순례 감독의 2018년작 리틀 포레스트는 소음과 바쁨이 가득한 도시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하고 따뜻한 위안을 전하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며,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이 서울을 떠나 고향 시골집으로 돌아가 소박한 삶 속에서 치유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갈등 없는 이야기, 그러나 깊은 감정대부분의 영화가 갈등과 클라이맥스로 진행된다면, 리틀 포레스트는 ‘정적’과 ‘여유’로 완성됩니다. 악당도, 긴박한 전개도 없습니다. 영화는 혜원이 농사짓고, 요리하고, 먹고, 생각하는 일상을 따라가며, 그 고요한 시간 속 감정의 변화를 보여줍니다.외적 갈등이 없기 때문에, 관객은 오히려 혜원의 내면 변화에 집중하게 됩니다. 도시에서 겪은 탈진과 환멸을 자연의 ..

장준환 감독의 1987은 단순한 역사 재현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1987년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핵심 사건들을 촘촘하게 엮어낸 정치 스릴러로, 구조적 완성도와 감정적 깊이를 모두 갖춘 영화입니다. 고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과 그로 인한 대중의 분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한 시대의 저항과 연대를 생생하게 되살려냅니다.하나의 영웅이 아닌, 다수의 얼굴을 그리다1987은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따르지 않습니다. 영화는 기자, 검사, 교도관, 대학생, 그리고 평범한 시민 등 여러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이 복수 인물 구조는 당시 민주화 운동의 ‘집단적 저항’이라는 실체를 효과적으로 반영합니다.각 인물은 한국 사회의 서로 다른 계층과 입장을 대변하며, 그들의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