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운전사 (2017, 장훈 감독)는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1980년 5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순간 중 하나를 ‘한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 순간들이 단지 기록이 아닌 ‘경험’으로 남도록 합니다. 서울의 평범한 택시기사와 진실을 전하려는 독일 기자가 함께 떠난 여정을 통해, 우리는 두려움, 용기, 그리고 진실의 힘을 마주하게 됩니다.우연히 목격자가 된 평범한 사람송강호가 연기한 김만섭은 이 영화의 중심이자 영혼입니다. 처음 그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정치에 관심 없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생계가 가장 큰 관심사였던 그가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며, 거대한 역사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의 변화는 많은 한국인들이 겪은 현..

극한직업 (2019, 감독 이병헌)은 치킨집과 마약 수사라는 엉뚱한 설정으로 한국 코미디 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 매일같이 고군분투하는 경찰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진심을 담고 있습니다. 폭소를 유발하는 장면 속에는 진짜 일에 대한 자부심, 동료애,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숨어 있습니다.치킨에 싸인 실패, 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용기해체 위기의 마약반 형사들이 위장 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운영하게 되는 이야기. 말도 안 되는 설정처럼 보이지만, 이 황당함 속에서 각 인물들은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합니다. 치킨집은 대박을 치지만, 이들의 본업은 여전히 범죄 소탕. 영화는 코미디 뒤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합니다.웃음이라는 방패, 현실의 무게를..

독전 (2018, 감독 이해영)은 단순한 범죄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원작인 조니 토 감독의 마약전쟁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장르의 경계를 확장합니다. 강렬한 영상미,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연기, 그리고 끊임없는 긴장감 속에서 독전은 쫓고 쫓기는 이야기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정체성과 도덕성, 그리고 광기에 대한 시네마적 성찰이기도 합니다.폭력마저 아름답게: 시각적 스타일독전의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그 강렬한 영상미입니다. 피 튀기는 총격전, 네온빛 도시, 눈 내리는 정적의 순간까지—모든 장면은 마치 회화처럼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태경 촬영감독의 손끝에서 폭력은 무질서가 아닌, 안무처럼 연출된 아름다움으로 표현됩니다. 이 스타일은 감정의 밀도를 높이고, 단순한 액션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