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준환 감독의 1987은 단순한 역사 재현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1987년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핵심 사건들을 촘촘하게 엮어낸 정치 스릴러로, 구조적 완성도와 감정적 깊이를 모두 갖춘 영화입니다. 고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과 그로 인한 대중의 분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한 시대의 저항과 연대를 생생하게 되살려냅니다.하나의 영웅이 아닌, 다수의 얼굴을 그리다1987은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따르지 않습니다. 영화는 기자, 검사, 교도관, 대학생, 그리고 평범한 시민 등 여러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이 복수 인물 구조는 당시 민주화 운동의 ‘집단적 저항’이라는 실체를 효과적으로 반영합니다.각 인물은 한국 사회의 서로 다른 계층과 입장을 대변하며, 그들의 작은..

2016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는 짧지만 강렬한 생을 살다 간 시인 윤동주의 삶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그려낸 전기 영화입니다. 윤동주는 식민지 시대 청년의 정체성과 고뇌,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담은 시로 오늘날까지도 한국인의 정서에 깊은 영향을 미친 인물입니다. 동주는 그저 삶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을 하나의 시처럼 스크린에 옮겨낸 작품입니다.시인의 삶을 닮은 시적 구조많은 전기 영화가 일반적인 인생의 기승전결 구조를 따르지만, 동주는 다릅니다. 영화는 극적인 성공이나 영웅적 행동이 아닌, 감옥이라는 정적인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이후 플래시백을 통해 청년기의 방황과 사색, 그리고 침묵 속 저항을 그려냅니다.이러한 구성은 윤동주의 시와 닮아 있습니다. 외롭고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이 ..